<수묵으로 그린 욕망의 풍경>


김미진, 예술의 전당 전시예술 감독_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



동양화를 전공한 장재록은 전통적인 수묵화기법을 현대적 이미지로 그려내며 새로운 실험을 모색하는 작가다. 흑백의 농담만으로 그린 자동차가 있는 외부풍경과 샹들리에가 있는 실내 풍경은 작가만의 독특한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그는 동양화의 전통적 시점인 관조와 여백, 형이상학적 관점에서 현실에서 흔히 보게 되는 자연과 문명의 복합적인 풍경의 시점으로 전환시킨다.

 

그는 자동차와 샹들리에라는 화려한 욕망의 대표적인 물성과 그 오브제의 외관에 비친 외부풍경을 함께 그려 이 시대의 삶을 표현해 내고 있다. 평범한 골목길이나 한적한 눈 덮인 길 한가운데 서 있는 검은 아우디 스포츠카는 일상풍경과 극한 대조를 만들며 화려한 모습을 보여준다. 차의 번쩍이는 외관에 반영된 외부풍경과 원래의 형태 속에서 서로 다른 이미지간의 혼합으로 화면은 사실적 표현과는 동떨어진 초현실의 느낌을 가진다.

 

자동차는 남성인 작가가 소유하고 싶은 욕망의 대상으로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다. 먹의 농담을 이용하며 대상을 묘사하고 이미지의 접목 부분은 선으로 묘사되어 화면은 파편화되면서 점점 개념화되어 버린다. 이것은 그의 샹들리에 작품에서 더욱 심화되는데 자연과 인공의 빛이 섬세하게 교차되면서 그림은 화려한 감성만 남게 된다. 그것은 그림의 요소를 모두 해체시키며 매우 인위적이고 추상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마치 인간의 욕망은 끝없이 추구하면 할수록 부서져 버리고 사라져 버리게 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장재록은 자동차나 샹들리에가 확대된 하나의 사물로서 눈에 보이는 비춰진 풍경과 비가시적 형태를 동시에 보여주며 현실을 넘나드는 욕망과 정신성을 함께 탐구하고 있다. 그는 정신적으로 추구해야할 부분은 숨겨놓거나 비중을 적게 가지며 인간이 생산한 물질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그 가운데 살고 있는 현대인의 욕망 그 자체를 그린 것이다. 그리고 대담한 검은 터치와 다양한 농담의 선들이 만들어낸 흑백 톤의 풍경은 그 어느 색채로 묘사한 작품보다 화려하다. 장재록은 정신적이며 형이상학적인 것을 추구하는 동양화에서 문명이 지배하는 현실의 삶을 그리고자 한다. 그는 자신을 벗어나 관조하는 방식보다는 자신을 파헤치며 들여다보면서 세계를 접근하려는 것이다. 자동차외관에 반영된 자연이나 샹들리에 비친 빛은 사유의 부분이다. 그 반영은 우리는 물질의 세계에서 거리를 두며 자연을 비롯한 타자에 심층적으로 접근하게 되는 부분이다.

 

물성과 자연은 서로 소통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장재록의 작업에서는 자연스럽게 공존된다. 그리고 자연과 물성의 접목과 함께 동양화의 수묵농담에 대한 지속적인 실험적 탐구를 하는 장재록은 동양화를 현대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리라 기대한다.